세상일은 직접 겪어보기 전엔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기로 하게 되는 요인은 잘못된 정보, 과포장된 이미지, 자기 캐릭터 파악 실패 등의 부정확하고 불분명한 여러 가지 것들의 우연적인 협업 결과다.
십 년 전 쯤에 나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었고, 영어 점수는 안심할 수준이 아니었다. ‘저 먼 건조한 지역에서 고리짝부터 인종, 종교 갈등을 겪는 나라’라는 정보만 아는 곳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생전 처음 “Shy 하다”는 성격 묘사를 들었고, 내가 체구 작은 아시안 여성이라는 3종세트를 고루 갖춘 약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외국 남자들 몸에 털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요리를 생각보다 곧잘 한다는 것, 집순이라는 것, 작업하는 나를 생각보다 더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족, 친구와 물리적으로 떨어져 혼자의 시간을 보냈고, 이때 지금 나의 씨앗이 되는 부분이 많이 형성되었다.
사진 찍는 수업을 들으며 살면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었고, 그중 일부를 추린 것이 ‘느슨한 풍경과 촘촘한 것들'이다. 이 엽서 책이 나무에 미안한 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지난 사진을 추려내고 정리한 경험을 통해 앞으로 내가 촘촘한 한국에서도 느슨함을 찾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느슨한 풍경과
촘촘한 것들
글/사진 임유정
디자인 아페퍼
후원 whatreallymatters
Loose Scenery,
Dense Things
Author/Photo LIM YUJUNG
Design Apepper
Supported by whatreallymatters
105x150mm
33p
Digital Print
© 2021
LIM YUJUNG